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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배우

연극 시나리오: 민수와 만수

2010년 4월 어느 날 '생활연극네트워크'에서 공연예정입니다.  현재 이 작품말고도 다른 작품들도 연결연결 될 예정이죠^^
(단막극의 옴니버스 식이라면 현재의 대본으로도 가능하겠지만 전체 극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 전혀 다른 느낌의 극이 될 것 같군요^^ 그리고 공연날짜 잡히면 공지해드릴께요.. 근데... 누가 오긴 오는거야? ㅋㅋ)

시나리오는 민수인 제가 전체 초안을 잡고 만수님께서 보완을 해주었습니다. 

주제가 '화를내다의 화'인지라 그리고 등장인물도 제약조건이 있던지라.. 음 방향을 잡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2인극이다 보니 시간도 고려를 해야했고요.

뭐랄까..  무서운 가족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을 했다고 해야하나...
2008/07/16 - [특별활동] - 연극대본:무서운 가족 - 최종수정본

'무서운가족'은 스토리 위주라면 '민수와만수'는 메시지 위주???

어째든... 뭐뭐 그렇다는 거죠.. ㅋㅋ

그럼 한 번 보실까요? 아래 시 한편도 나오는데... 만수님께서 직접 썼다는 거..^^


제목: 민수와 만수
 

 

# 1. . . . (경찰서)

(민수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만수는 의자에 기댄 객석을 향해 앉아 있다. 객석이 경찰관이 된다.)

민수       제 이름이요? 아니... 제가 그 피해자라고요! 최민수! 여행작가 최민수 모르세요?

민수       알면서도 내 이름을 물은 거요? 나 참! 내 이름 물을 시간 있으면 저 양반이나 좀 어떻게 해 봐요! 아니, 지금까지 조사도 안하고 뭐 한 거요?

만수       허허. 조사를 할 게 있어야 조사를 하지. 나처럼 훈장질 해먹는 놈이 뭐 잘못할 일이 있겠소.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봐요. 나처럼 선량한 사람이 또 있나. 이놈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그러나... 쯔쯧.

민수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어떻게 표정 하나 바뀌고 않고 저렇게도 태평할 수가 있지. 어라~! 나를 완전히 물 먹이려고 작정을 한 셈이군! 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다 알고 있어.

만수       다 알고 있다?... 다 알 고 있다?

민수       다 알고말고! 이름 박만수. 나이 55. 과거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등단. 집에서는 착실한 남편과 아버지이지만 학교에서는 잦은 폭력으로 제명당할 위기에 처해있음. 주변 친구 없음. 집과 학교 외 다니는 곳 없음. 등등. 근데, 경찰양반! 내가 이런 것까지 조사해야겠소? 정말 당신들 조사를 제대로 하긴 한 거요? 맨날 ‘국민과 함께하는 과학수사 CSI’라고 말만 외치지 말고, 제대로 된 수사를 해보란 말입니다!

만수       역시. 당신은 그래서 삼류야!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듣는 1차원 여행작가님이라니깐!

민수       뭐야? 이 양반이 정말? 보자보자 하니깐! 당신이 나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 알기나 해!

만수       그거는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고. 오히려 내가 피해자라면 피해자인 거지.

민수       하하 이거 참.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만수       허허. (객석을 보고)전 그냥 저의 의견을 썼을 뿐입니다. 어쩌다 보니 제 글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거고. 그 관심이 게시판을 옮겨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거고요. 또 그 공감이 기자를 통해서 언론을 타게 된 거고...

민수       이 양반이! 사람 정말 미치게 하네! 다 당신이 꾸민 짓이잖아! 이봐요, 경찰양반! 뭐라고 말 좀 해봐요!

만수       나하고는 무관하오~!

민수       무관하다고! 이 양반이! 내가 모를 줄 알아! 당신, 이번에 어떻게 한 번 재기해 보려고 그럴 듯하게 꾸몄잖아! 당신은 은근슬쩍 언론에 흘렸고, 특종 만들기 좋아하는 언론은 추측성의 기사를 배포했지. 배포된 그 기사는 당신이 매수한 사람들이 이곳 저곳 과장되게 부풀렸고.

만수       나 이거야 원. 어이가 없네. 이봐요, 경찰양반!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 왜 아까부터 아무 말도 없는 거요?

민수       그러게, 왜 아무 말도 않는 거요? 지금까지 조사한 게 있을 것 아닙니까? 누구의 말이 맞는지 확실히 말해 보시오!

만수       확실히 말해 보시오!

(민수와 만수 침묵)

민수       나 이거 참. 딴 경찰서를 찾아가든지 해야지. 이거 영 이 경찰서는 물이 안 좋네.

만수       그러게. 다른 경찰서로 갑시다! (일어나며) 자자 일어납시다!

민수       그러죠. (붕어를 보며) 이런 붕어새끼들!

(민수와 만수 퇴장, 암전)

# 2. 만수의 강의(고등학교 교실)

(만수는 손에는 지휘봉을 손에는 인형을 안고 들어 교실로 들어온다. 한참을 있었지만 아무도 만수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

만수       반장! 여기 반장 누구야? 이놈의 자식들 선생님이 들어왔으면 인사를 해야 될 거 아냐? 뭐야... 여기 반장 없어! (객석의 누군가를 가리키며) 네가 인사 시켜봐!

(관객 1명이 반장이 되어 만수에게 인사를 한다. 인사를 하지 않으면 인사를 때까지 시킨다.)

만수   (객석을 보고) 좋아, 오늘 몇 페이지 나갈 차례야?

(관객이 반응이 없다면 수업준비 해오지 않은 것을 질책하고, 페이지라고 말하면 읽어보라고 시킨다.)

만수       허허 이거 참. 이 자식들 보게. 수업준비도 안 해 왔단 말이지! 완전 겁 대가리를 상실했구먼! 너희 이 자식들! 이제 너희들까지 나를 호구로 알아! 다들 손들어! 손들어! 아니다, 아니야! 모두 나의 잘못이니 내가 들지!

(만수는 손을 드는 하며 관객의 눈치를 살핀다.)

만수  (아무 말도 없는 관객에게) 이런 인정머리도 없는 녀석들! 선생이란 사람이 이러고 있으면 같이 손을 들어주지 못할망정 애틋한 눈으로 나를 봐줘야 될 거 아냐! 이런 빌어먹을 세상! 이놈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그러나...

(만수는 지휘봉을 칠판에 ‘탁 탁’ 치다가 앞을 왔다 갔다 하다가 칠판에 ’눈 속에 나비’라고 제목을 쓴다.)

만수       자 오늘은 시감상하기에 대해서 공부해 보겠다. 교과서에는 없지만 ‘눈 속에 나비’라는 시를 선생님이 한번 읽어 보겠다. 자 모두 눈을 감고 들어봐라. 저기 너, 그래 너 말이야, 눈 감을 줄 모르냐? ? 눈이 안 감기냐

 (만수 ‘눈 속에 나비’를 천천히 읽는다.) 

속에 나비

푸른 봄을 기다리는 늦겨울

내리는 그윽한 풍경 속으로  

아름다운 나비 마리

춤추듯 공중을 사뿐히 회전하다가

세상으로 내려오는

나비가 눈이 되는 그지없는 세월

눈은 다시 하얀나비가 되어 

무념의 세월로 날아가고

하얀 그리움으로 쌓이는

어디로 사라져가는 것일까

생애 흔적도 없이

하얀 날개로 날아가는 나비들 

다시 쌓이는 하얀

나비로 가득한 풍경

 

만수       계속 이 시에 빠지고 싶은 사람은 그냥 눈을 감고, 방금 시에서 그려진, 눈이 펄펄 내리는 풍경을 상상하면서 이른 봄날 내리는 눈이 나비인지? 나비가 눈인 것인지? 어디론가 사라지는 눈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봐라. 그리고 인생이 뭔지? 산다는 것이 뭔지? (사이) 자 이제 눈을 떠도 좋다. 시를 감상한다는 것은 말이야. 본인이 느낀 그대로 느끼면 되는 거야. 시에서 주제가 뭐냐? 원관념이 뭐냐? 뭐 보조관념이 뭐냐? 이 따위 것들 외운다고 니들이 고생이 많다.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로 난도질 하듯...   

(관객의 반응을 살피며 침묵)

만수       (한숨을 쉬고, 인형을 보고 혼잣말을 하 듯) 내가 미쳤군! 수능에만 관심 있는 네 녀석들에게 시감상하는 소리가 귀에 들어갈 리가 없지. 내가 여기서 백날 떠들어댄들 귀에 못 박고 사는 네놈들 가슴에 뭐가 남겠냐? 그놈의 엠비식 교육정책이 뭔지? 사교육비를 줄인다고? 해마다 툭하면 바뀌는 교육정책에 너희들도 힘들고 니들 부모님들 허리가 휜다. (객석 학생들을 보고) 이놈의 세상! 아니다. 미안하다.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거지 인형 같은 니들이 잘못된 거 하나도 없다. 자 오늘 수업 여기까지. 반장

(만수 퇴장, 암전)

 
# 3. 민수의 강의(문화강좌 교실)

(붕어를 옆에 들고 강의를 하는 민수)

민수       안녕하세요! 최민수입니다. 이미 여러분도 알다시피, 지난 사건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그 최민수입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또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는 것을 보니 그것도 아닌 가 봅니다. 하하. 이거 시작부터 너무 무거운 말을 했군요!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다가) 환영박수라도 좀 주시면 힘이 날 것 같은데요?

민수       감사합니다! (관객을 가리키며)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000씨는 여행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 옆에 있는 분 이름은요? 000씨가 생각하는 여행은요? 그 옆 대각선에 있는 분 이름은요? 000씨가 생각하는 여행은요?... (관객모두를 보며)여행이 쉽나요? 아님 어렵나요? 그냥 떠나면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죠?

민수       ‘여행은 그 곳에 가기까지의 과정’인 듯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지도를 펴고,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또 길을 잘못 들어 헤매게 되고, 낯선 사람들과 친구도 되고... 뭐 이런 과정 말입니다! (사진을 꺼내면서) 제가 몇 장의 사진을 가지고 왔는데요. (객석을 가리키며)여기 왜 이렇게 어둡죠? 불 좀 켜 주세요!

(객석에 조명이 들어오자 민수는 관객에게 사진을 나눠 준다.)

민수       여러분들은 그 사진들을 보고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하나하나에 슬픔이 담겨 있는 사진들 입니다. 이미 저의 애독자 분들께서는 그 슬픔을 알고 계시죠! 혹시 여기 저의 애독자 분이 있으면 손 좀 들어주시겠어요?

(민수는 객석을 이리저리 살핀다. 그러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누군가 손을 들었다면 슬픔에 대해서 말을 보라고 한다)

민수       역시 아무도 없군요! 아무도! 정말 너무들 하십니다!

(약간의 침묵 , 암전)

# 4. 취중진담

(어느 술집. 민수와 만수는 잔을 부딪치며 좋아하고 있는 모습)

민수       형님! 우리 첫 만남 기억해요?

만수       당연히 기억하지! 그 날 밤 너랑 나랑 온 서울의 경찰서란 경찰서는 다 쳐들어갔었잖아! 하하하.

민수       그 덕에 형님이랑 저랑 이렇게 의형제까지 맺게 된 거구요.

만수       그렇지. 하하하.

민수       형님한테 반하게 된 게 ‘종로 경찰서’에 갔을 때 일거에요! 그 때 형님이 경찰서 문을 뻥 차면서 “여기 경찰서장 나와!”라고 외쳤잖아요. 그 모습이 어찌나 박력 있었던지 이 시대의 진정한 독립투사처럼 보였다니까요. 하하.

만수       하하하. 그랬어? 정말? 이게 왠지 쑥스럽구먼. 그땐 이 사회의 불만이 너무 많았었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리킨다는 것도 그렇고. 뭐 하나 맘에 드는 것이 없었어. 소설가의 불씨를 안고 국어선생으로 살아간다는 게 내가 생각한 거랑 많이 다르더군. 그 덕에 '서툰 폭력교사'라는 타이틀도 달게된 거고.

 민수       그 때는 멋 모르고 떠들어서 죄송했습니다.

만수       그게 어디 우리 아우님 탓인가. 이놈의 말 만들기 좋아하는 세상탓이지.

민수       그 땐 저도 아주 기고만장했죠. 그 동안의 계속된 베스트셀러로 여기저기 출판사에서 차기 판권을 넘기라고 아우성이었고, 또 방송3사에서도 저를 모셔가기 바빴을 때이니까요! 근데 형님! 가짜들이 다 사라졌어요!

만수       뜬금없이 가짜라니?

민수       제 옆에 붙어사는 파리새끼들이 모두 사라졌다고요! 여기저기서 나한테 알랑방귀 키며 어떻게 나한테 빌 붙여 뭐 뜯어 먹을 거 없나 눈치 보는 그런 가짜들이요! 형님만이 이제 유일한 진짜에요!

만수       세상에 진짜가 어디 있냐? 어쩌면 나도 진짜는 잃어버리고 가짜일지도 몰라.

민수       무슨 소리? 다 사리지고 내 옆에 딱 붙어있는 유일한 사람인데! 형님은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은 사람이라고요!

만수       하하. 그래. 우리 건배나 한번 할까?

민수       좋죠! 만수와 민수의 영원한 만남을 위해!

만수       우리 둘이 소주 두 병은 해야지? 어이 주모, 여기 쇠주 한 병 더!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