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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가는사랑

사랑 그리고 사랑


# 영이

 

9시를 딱 맞추어 들어선 사무실은 언제나 찰나의 시선을 슬그머니 내 의자로 향하게 한다.

 누군가 나와 눈이 마주칠까봐 조용히 컴퓨터 전원을 켜지만 그 놈 또한 늦잠을 자고 있는지 좀 처럼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하루는 눈을 떠 시작하지만 왠지 그 시간을 조용히 넘어가야 하루가 시작되는 듯 하다.

 모두가 모니터속에서 보물지도라도 찾는지 눈으로 선을 그리면서 좌표를 찍는다.

 

"휴~~~~~~~~~~~~~~" 

 

왠지 모르게 한 숨이 나와 버려다.


그 소리가 컸던지 홍이 한마디 한다. " 왠 한 숨~"

그냥 머쓱해져 버린 난 그냥 모니터만 응시하며 "몰라 그냥 나오네 "

 "영이 선배 커피 한 잔"

 담배 한가치..두가치... 계속되는 줄담배에 홍이 또 한마디 한다.

" 무슨일 있어요?"

"일은 무슨일... 그냥.. 뭐 언제는 안 그랬나..."

"아니 오늘은 좀 이상해.. 몰라, 그렇게 보이잖아"

"무슨일 좀 일어났으면 좋겠다 ... 들어가자"

 

왠지 모르게 힘도 없고, 기력도 없고. 의지도 없고... 점점 숨이 막혀 쓰러질 것 만 같았다.

 

"저~~ 팀장님!"

"왜?"

"저~~ 조퇴 좀 할께요."

"무슨일 있어?"

"아녀~ 오늘은 정말 힘이 하나도 없는게 ...."

다 기어가는 목소리로 애처롭게 부탁했지만 역시나 만만치 않은 대답.

"안돼~ 뭐 회사가 영이씨 맘데로 하는 곳이야?"

"그거 아니라 ..."

"뭐야? 솔직히 얘기해~"

"암튼 조퇴 할께요"

"안돼~ 정당한 이유없으면 ..."

" ..."

 

더 이상 말할 기력도 없었다. 뭐라 핑게 될 것도 없었다.

 

점점 희미해져 가는 흐릿한 움직임이 눈이 들어온다

 

'이렇게 얼마나 더 있어야 되는거지'

'나 아픈건가?'

'누구 없어.. 나 쉬고 싶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내 안의 독백은 악을 쓰고 있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 홍이

 

난 이 아침이 참 좋다. "좋은 아침~ 안녕하세요" 크게 한 번 외치면 나까지 괜히 기분업되어 하루가 즐겁다.

그러면 지나가는 누구나 "뭐 좋은 일 있어?" 이렇게 되 묻는다.

"그럼요.. 좋은 아침 이잖아요" 이렇게 인사하며 미소짓는 아침에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게 좋다.

 

잠에서 들깬 사람, 겨우 얼굴에 물만 묻힌사람, 상큼한 얼굴로 대답해 주는 사람 ...

 

그러나, 매 번 그에겐 인사를 못한다.

매일 9시가 되어야 나타나선 헉헉되며 온몸에 땀을 다 흘리곤 나에겐 시선도 안 마주치는 그에겐 인사를 할 수 없다.

 

난 오늘도 커피한잔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영이선배~ 영이선배~!" 매 번 두번을 불러야 겨우쳐다보는 영이선배는 매일 아침 잠에 취에 있다.

 

"영이 선배 커피 한 잔"

 

"매일 밤 뭐 하는거야?" 우스게 소리로 묻지만 매번 같은대답 '잠 자는데... '

 

"잠 자는데!"

 

"아니.. 맨날 밤에 잠 자는 사람이 잠에 취해 눈을 못떠요. 오늘은 대답해 보시지?"

"뭐..."

매 번 못 들을 대답을 매 번 질문한다.

 

벌써 이런 아침이 3개월째인 그가 이상하게 오늘 심각해 보인다.

계속된 줄담배 연기에 계속 한숨만 내뿜는 듯 했다.

 

" 무슨일 있어요?"

"일은 무슨일... 그냥.. 뭐 언제는 안 그랬나..."

"아니 오늘은 좀 이상해.. 몰라, 그렇게 보이잖아"

"무슨일 좀 일어났으면 좋겠다 ... 들어가자"

 

뭔가 말할 듯 말할 듯 하며 자리를 피하려 하는 그가 괜시리 걱정되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가만히 모니터만 응시하는 듯 하더니 벌떡 일어나 팀장님 자리로 가서는 뭐라 얘기하는데 도통 들리지가 않는다.

 

'회사를 그만 둔다고 얘기하는 건가?'

'뭐야? 집에 무슨 일 있나'

'큰 병에 걸린거 아니야?'

'...'

 

내가 수 많은 상상을 하고 있는 동안 3분을 채 얘기했을까?

 

고개를 푹 숙인 채 자리에 털석 앉아 또 한숨을 크게 내쉰다.

 

"휴~~~~~~~~~~~~~~~~~~~"

 

'뭔 일 있나? 아까 부터 한숨만 계속 쉬더니 ...'

 

그렇게 걱정하며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을 때 그는 내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이~ 선~~ 배~~!"

 

 

# 눈사랑

 

'왜 내가 걱정하는 거지'

'덜컥 그렇게 큰소리를 냈던걸까?'

'계속 신경을 왜 쓰는 걸까'

 

그렇게 그의 안부보단 내 자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며 있을 때 선생님께서는 안심하라는 듯 내게 편안한 미소를 보낸다

"괜찮습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에요. 아.. 그리고 영양상태가 안 좋네요... 잘 좀 챙겨주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아니 저렇게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영양결핍이라고...'

 

선생님이 병실로 들어가 보라는 눈치에 난 병실로 들어 갔지만 그는 살며시 미소지으며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조용히 그 옆자리를 지키고 있자니 딱히 할일도 없는게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다가 다시 그에게 시선이 옮겨졌다.

그의 눈, 그의 코, 그의 입... 그가 좋은 꿈을 꾸는지 아이처럼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나도 미소를 짓는다.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 휴식의 시간

 

주변이 하얀색이 희미하게 내 눈에 들어온다. '여기가 어디이지 ...'

겨우 눈을 뜨며 주변을 인식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미소를 지으며 내 옆을 지키고 있었다.

"괜찮아요? 영이선배! "

"으~ 으~ 응 " 왠지모르게 말도 더듬더듬되며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 얼마나 여기 있던거지?"

"글쎄요? ... 제 몰골을 보세요!"

그녀가 말해줄 숫자를 기다리며 계속 귀 기울이고 있는데.. 작은 손가락으로 2를 펴낸다.

"2시간?"

고개를 가로지으면서 다시 4를 펴낸다.

"4시간 이구나"

"아니요! 24시간이에요"하며 홍이가 말했을 때, 난 그녀가 계속 24시간 동안 내 옆을 지키고 있는 것 보다는 내가 그렇게 여기 오래 있었나 하는 생각으로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그녀가 무슨 심통이 났는지.. 서운한 말투로 "무슨 사람이 대답이 그래요? ..." 했을 때도 난 아무런 대답을 할 수 가 없었다.

 

" ..."

 

"영이선배 너무하네.. 고맙다는 말은 해야 되는거 아니에요?"

 

"아~ 고 마 워"

 

" 이거 억지로 인사 받는 기분인데... "

 

난 그녀에게 무슨말을 해야 될 지 몰랐다. '고맙다며 살며시 그녀에게 미소지었다면, 좋았을 걸...'

 

 

# 일주일의 독백

모처럼 일주일 휴가를 냈다. 휴가를 낸다고 했을 때, 아무런 이유없이 승낙한것은 아마도 나의 병원행이 도와준듯 하다.

휴가 1일째, 멍하니 TV만 쳐다본다. 가만히 쇼파에 누워 채녈을 이리저리 돌리며 그렇게 시간은 금방 흘러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이 되어 배가고파오는 것에 참을 수 없는 나만의 모욕에 빠져들었다.

 

'뭐야~ 뭐 한것이 있다고 배가 고픈거야..' 스스로 그렇게 되묻고 보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주방앞에서 달려가서 어느틈엔가 내 앞에는 라면 한 젓가락을 내 입에 넣고 있는게 아닌가...

 

라면을 다 먹고서야 또 다시 내 스스로에게 '참으로 어이 없군~' 하며 그 위기의 순간을 모면한다.

 

하루를 그렇게 갔다.

 

# 나머지 시간들

 

하루 하루 그렇게 시간이 잘도 가더니... 어느틈에선가 휴가 마지막 끝에 와있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괜시리 더 아까운 시간이였다.

 

창가에서 담배 한가치를 피우고 있느라니, 갑자기, 병간호를 해 주었던 홍이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곤, 나의 손에 쥐고 있던 전화기에 손이 자꾸만 간다.

 

'홍이한테 고맙다고 제대로 인사도 못했네..' 나의 독백은 그녀에게 전화를 거는 이유에 충분했다.

 

"여보세요"

 

"어머 영이선배!!"

 

반갑게 맞이하는 '홍이'가 더 고마웠다.

"응.. 잘 지냈지?"

 

"그럼요~ 어떻게 휴가는 잘 보내고 계세요?"

그녀는 나의 휴가가 조금은 부러운 눈치였다.

 

"뭐 그렇지뭐~ 아.. 그리고 지난번에는 고마웠어"

나는 빨리 그녀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었다.

 

"뭘요~ 그냥 병간호 보험 들은거에요~"

 

"응~"

 

짧은 나의 대답에 조금은 서운했을까? 그녀가 한마디를 더한다.

"무슨 대답이 그리 짧아요~ 진짜루 ~"

 

"알았어~ 나도 간호해 줄께~ 그런데, 너무건강체질인 너가 병원에 갈 일이 있을려나?"

 

약간은 그녀에게 상처가 되었을지 모를 한마디에 그녀가 바로 대답한다.

"뭐에요!"

 

뭐 딱히 다른말이 생각 안났다.

"암튼 내일 보자"

 

"네 그래요~"

 

그녀와 통화를 끝내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 졌다.

 

이 마지막의 시간에 그녀와의 통화는 1주일의 휴가중 가장 탁월한 선택이였다.



 

# 홍이의 일주일

 

"안녕하세요. 좋은아침" 이렇게 인사를 하고 나도 모르게 그의 책상에 시선이 머무른다.

 

'영이선배 휴가지...'

 

"홍이씨"

 

'누가 나를 부르는 것을 알지만 왜 고개를 돌릴 수 없는거지'

 

희동선배가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홍이씨! 이~봐! 홍이씨"할 때 까지 난 그저 멍해있는 내 자신이라니.

 

"홍이씨! 영이씨 좋아해?"

 

"네?..무슨.."내가 당황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느라니 그가 한 술 더 뜬다.

 

"이거 봐 얼굴 빨개지는거.."

 

"희동선배!"

 

내 목소리가 너무 하이톤이였을까? 사무실의 부장님! 과장님! 모두 나를 쳐다본다.

 

'아니, 왜 눈물이 나지'

 

내가 희동선배를 바라보며 울고 있자니, 부장님이 한 소리 한다!

" 야~ 김희동! 너 성희롱하고 다니는 거야?"

 

희동선배는 감각적으로 아니라는 큰 액션을 취한다.

"아니..아니에요! 부장님!"

 

"뭐야.. 강한부정은 긍정이잖아!  홍이씨! 저 자식이 뭐 어쨌어?"

 

' 이 난감한 사태를 어떻게 하지? 아.. 나도 모르게 사무실을 막차고 나간다. 그것도 울면서..'

 

저 멀리서 부장님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김희동!! 너 이리와봐~~!!"

 

 

' 나 뭐니.. 갑자기 한 남자를 성희롱범으로 몰고, 그것도 내가 싫어하는 여자의 눈물을 무기삼아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이라니..거기에다가 이렇게 사무실을 박차고 나왔으니...'

 

' 나 이제 어쩌지.. 이상태로 사무실로 들어갈 수도 없고.. 나 이제 어쩌지...'

' 왜 나를 찾으러 안오는거야? 혼자 들어가기도 쑥스러운데..'

 

이 상태가 얼마가 되었을까..10분..20분..30분...

 

전화벨이 울린다.

 

'뭐야 ..영이 선배잖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어머 영이선배!"

 

무의식적 나의 반응에 나도 놀랐지만 그의 눈치는 언제나 제로였다.

 

"응.. 잘 지냈지?"

 

"그럼요~ 어떻게 휴가는 잘 보내고 계세요?"

 

나의 말은 나의 머리와 분리되어 있나보다 왜 휴가 얘기를 꺼냈을까? 난 그의 몸이 더 걱정되었는데...

 

"뭐 그렇지뭐~ 아.. 그리고 지난번에는 고마웠어"

 

영이선배의 이 무덤덤함이라니. 그리고 꼬박 6일이 지나 걸려온 전화라니...

 

이렇게 통화를 하고 있지나 나의 발람함이 다시 나의표면에 나타났다.

이렇게 저렇게 통화를 하고 통화전의 모든 일은 까먹은 채로 나도 모르게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 시선들, 저 시선들...

 

내가 희동선배에게 한마디 한다.

" 다들 왜 그러죠?"

 

희동선배는 계속 부장님쪽을 힐끗힐끗 보면서 겨우 말문을 열었다.

" 괜찮아?"

 

" 뭐가요?"

" 아냐 괜찮으면 된거야!"

 

내가 희동선배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가자 큰 목소리로 부장님께서 부른다.

"신홍이 씨!"

"네! 부장님!"

 

부장님께서 부를 때 까지도 난 어떤영문인지도 몰랐다.

 

"이리 오세요!"

 

부장님에게 가는 모습이 이건 뭐 소풍가는 길을 걷는 것 처럼 보였을까?

 

"좋아 보이니 됐군! 아까 일은 자세히 묻지 않겠지만 말야.."

 

"네?..."

 

'앗.. 이런 나 왜이러지.. 머리속의 필름이 슬로우모션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그래 나도 이해해. 그 녀석이 보통얼굴이어야지.. 암튼 다행이야 이렇게 돌아와 줘서"

 

"아~네.."

 

'이건 뭐.. 4차원의 소녀보다 더 한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이 되 버렸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까?'

 

.

.

.

>> 이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됩니다.( 저의 네이버 블로그 글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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