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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BBK 검찰수사 결과를 못 믿는 과학적인 이유

오마이 뉴스의 '스타리나잇'님께서 쓰신 기사입니다.

'스타리나잇'님에게 동의없이 이 글을 퍼 왔습니다. 기사일부와 저의 생각을 넣고 싶었지만 아래와 같은 이유로 기사 전문모두 퍼 왔습니다.(이해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퍼오게 된 배경은 나에게 많이 어려운 기사 이지만 '상식과 엔트로피의 상관관계 그리고 'BBK의 검찰수사를 이렇게 해석할 수 있구나!' 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였습니다.

'엔트로피'는 저에게 너무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추가적인 이해를 돕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BBK 검찰수사 결과'에 대해서  '왠지 모를 석연치 않은 부분'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어쩌면 아래와 같은 이유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BBK 검찰수사 결과를 못 믿는 과학적인 이유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3] 상식과 엔트로피의 상관관계
이종필 (ststnight)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788733&PAGE_CD=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만큼 문과·이과의 구분이 엄격한 우리나라에서 좀 생뚱맞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나는 검사님들이 간혹 어떤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광경을 보면 검사와 과학자는 참으로 닮은꼴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교육되는 과정이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회적 지위가 천양지차이지만 ‘진실을 규명한다’는 점에서는 검사님과 과학자가 그 목표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나는 검사님들이 발표하는 수사 결과문이 한 편의 논문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그분들이 이른바 ‘실체적 진실’을 하나하나 파헤쳐 어떤 사건의 전말을 다시 완벽하게 재구성해 내는 과정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나 같은 과학자들이 자연에 숨겨진 근본원리들을 탐구해 나가는 과정과 거의 똑같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내가 지금 ‘검사질’을 잘할 수는 없겠지만 아마 검사님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매우 뛰어난 과학자가 될 것이라고 나는 단언한다. 그러나 아주 가끔 나의 이러한 믿음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이번 BBK 사건 수사결과도 그 한 예이다. 왜 그럴까.


물리학자들이 즐겨 쓰는 물리량 중에 ‘엔트로피(entropy)’라는 것이 있다. 엔트로피는 한마디로 말해 ‘무질서한 정도’를 나타낸다. 지금 여러분이 앉아 있는 방이나 사무실을 한번 둘러보기 바란다. 물품들이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있으면 엔트로피가 낮다.


반대로 각종 서류들이 책상에 나뒹굴고 바닥 또한 온갖 잡동사니로 바글댄다면 엔트로피가 매우 높다. 이 엔트로피, 즉 무질서도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은 어떤 시스템이 가질 수 있는 상태가 얼마나 많은가를 따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필꽂이를 이용해서 필기구를 정돈하는 방법은 모든 필기구를 연필꽂이에 다 꽂아두는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을 흩뜨려서 여러분의 책상을 어지럽히는 방법은 수만 가지이다.


확률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따라서 여러분의 책상이 어지러워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물리학에서는 바로 이 현상을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 부른다. 열역학 제2법칙이란, 외부와 단절된 시스템에서의 엔트로피는 결코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시스템에 어떤 구성적인 변화가 생긴다면 그 변화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열역학 제2법칙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다.


잉크방울이 맑은 물에 떨어지면 서서히 물 전체가 잉크색으로 물들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원래 상태 즉 잉크방울과 맑은 물이 분리된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안방의 공기가 갑자기 거실로 모두 빠져나가 안방에서 자던 사람이 호흡곤란으로 질식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케이블 채널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전처럼 공중파 방송의 인기 드라마 시청률이 좀처럼 40%를 넘기 어렵다. 공중파만 있을 때 한 쪽으로 쏠리는 것보다 여러 개의 채널이 있을 때 한 쪽으로 쏠릴 확률이 훨씬 낮기 때문이다. 지금 범여권 대선후보들이 단일화를 모색하는 것도 같은 이치에서이다.


그런데,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은 외부와 단절된 닫힌 시스템에 적용되는 얘기다. 만약 어떤 시스템이 외부와 연결되어 있다면 그 시스템의 엔트로피는 국소적으로 감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시스템 외부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전체 시스템을 고려하면 그 전체의 엔트로피는 또한 증가한다.


대표적인 예가 냉장고이다.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분자의 운동이 활발해진다는 의미이므로 엔트로피가 높아진다. 그러니까 냉장고만 놓고 보면 분명히 주변에 비해 엔트로피가 낮다. 하지만 냉장고와 연결된 전원, 냉장고 뒤의 발열판 등을 모두 고려하면 전체의 엔트로피는 오히려 높아진다.


사람 같은 생명체 또한 매우 낮은 엔트로피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들이 무질서하게 분포한다면 생명체를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낮은 엔트로피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적당히 열과 각종 노폐물을 쏟아내며 환경을 어지럽히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특정한 시스템의 엔트로피를 낮추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일(work)’을 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리적인 ‘일(work)’을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냉장고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터를 돌려야 하고 안방의 공기를 거실로 다 빼내려면 진공펌프가 있어야만 한다.


지구라는 생태계가 낮은 엔트로피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태양으로부터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받기 때문이다. 어지러워진 책상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이 ‘힘’을 들여 ‘일’을 해야만 한다.


엔트로피가 감소한다고 해서 에너지보존법칙이 깨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낮은 엔트로피 상태로 시스템이 옮겨 갈 확률은 항상 0이 아니다. 그러나 그 확률은 지극히 낮아서 보통의 경우 우주의 탄생 이래 매 초마다 사진을 찍는다 하더라도 그런 경우를 관측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믿는다.


최근 검찰의 BBK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서 나는 바로 이 엔트로피에 대한 관념이 빠져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발표를 의심하는 이유 또한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물리적인 상황에서 정의되는 엔트로피가 실제 사회에 곧바로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정성적인 의미만이라도 잘 곱씹어 보면 어지러운 세상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BBK와 관련된 대표적인 의문사항들을 중심으로 다시 살펴보자. 검찰의 발표대로라면 (주)다스는 자신의 당기순이익보다 훨씬 큰 금액인 190억원을 잘 알지도 못하는 김경준에게 무턱대고 투자한 셈이다. 생각해 보자. 한국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 1천 건을 조사해 봤을 때 이처럼 일면식 없는 이에게 자기 능력을 넘어선 투자가 일어난 경우가 몇 건이나 있을까.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식이라는 것이다.


검찰의 발표는 확률적으로 매우 낮은 경우의 수가 발생했다는 결론에 필연적으로 이르게 된다. 즉, BBK 사건의 경우 ‘엔트로피’가 매우 낮은 상황으로 사태가 발전한 것이다.
검찰의 발표는 자체적으로 모순이 되는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에너지보존법칙이 깨지지 않았다고 해서 냉장고가 전원 없이 냉각되고 있다는 주장이 과학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검찰의 주장은 말하자면, 안방의 공기가 저절로 거실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집주인이 질식사했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듯 엔트로피가 매우 낮은 상황이 이번 수사결과 발표 도처에 널려 있다는 점이다. 검찰의 발표대로라면 이명박 후보가 각종 방송과 신문과 잡지에서 “BBK는 나의 것”이라고 인터뷰한 모든 내용이 다 거짓이다.


어느 누구든지 한 번쯤은 제정신이 아닐 수도 있고 또 뭔가를 착각해서 큰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그럴 확률이 매우 낮기는 해도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낮은 확률의 사건이 반복적으로 여러 번 발생할 확률은 천문학적으로 미미해진다.


과학자들이라면 왜 어떤 시스템의 엔트로피가 감소했는지를 설명하려고 들 것이다. 검찰 발표에서 빠진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그 시스템과 연결된 외부 시스템을 찾는 것이다. 즉 앞서 지적한 대로 외부에서 어떤 일을 해 줬기 때문에 원래 시스템의 엔트로피가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냉장고를 돌리려면 전원이 필요하고, 안방의 공기를 빼내려면 진공펌프가 있어야 한다.


BBK사건 수사결과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은 그 터무니없이 낮은 엔트로피가 어떤 외부 시스템이 개입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는 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른 아주 당연한 귀결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외부 시스템을 이명박 후보라고 지목하고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하여  - 편집자 추가사항

닫힌계에서 총 엔트로피(무질서도)의 변화는 항상 증가하거나 일정하며 절대로 감소하지 않는다. 에너지 전달에는 방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들은 가역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백과사전

에너지가 높은 곳에서 낮은곳으로 흐른다.
-인터넷 출처

그 무엇보다 이명박 후보 자신이 공공연하게 그 사실을 인터뷰하면서 명함을 뿌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다. 과학논문으로 치자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명박 후보의 인터뷰나 명함 등은 이미 금융계좌 추적 결과로 조사의 의미를 잃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으로 맞지가 않다. 왜냐하면 검찰이 추적한 금융계좌가 이명박과의 무관함을 보증하는 자기완결적인 집합(complete set)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은 핵심 주변인물에 대한 소환과 조사도 포기했기 때문에 검찰이 주장하는 계좌추적 또한 검찰의 입맛에 맞는 증거수집이 아니라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 차명계좌나 명의신탁 등으로 눈속임이 없었다는 것을 검찰의 발표만으로는 결코 확증할 수가 없다.


과학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데이터만 분석해 놓고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매우 낮은 확률의 사건을 보고했다면 우리는 그 결과를 사실상 검토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우리의 검찰은 이와 유사한 ‘황당 스토리’를 수사 결과라고 내놓은 적이 없지 않다.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검찰은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시세의 1/10보다 낮은 가격으로 이재용 상무에게 넘겨 준 것을, 삼성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실무 사장들만 기소했다. 논리적으로만 따진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외부의 개입없이 전현직 사장들이 자기 회사채를 헐값에 팔아치우는 행위는 지극히 엔트로피가 낮은 사건이다. 여전히 우리는 안방의 공기가 다 빠져나가 숨이 막히는 상황을 걱정해야할 형편이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김영삼 시절 12·12 군사반란 사건을 두고 내린 검찰의 결론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차라리 검찰의 그 고백이 솔직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론조사 1등 후보는 기소할 수 없다”고 털어놓는 것이 오히려 검찰의 체면을 최소한으로나마 구기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이명박 후보가 BBK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검찰이 발표한 ‘이명박 없는 BBK사건’은 수많은 임의성과 가설들을 동반하면서도 여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마치 끝없이 주전원(周轉圓, epicycle)을 동원해서 태양계를 설명하려던 천동설이 연상된다.


상식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지체 높은 분들은 그 상식을 때로는 애써 무시하려는 경향도 존재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상식을 믿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식이 잘못되었다고 얘기하려면 그럴만한 충분한 근거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나는 내 상식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왜 나의 상식이 잘못되었는지, 한 명의 유권자로서 또 한 명의 과학자로서 그 충분한 설명을 검찰에게 듣고 싶을 뿐이다. 그들에게 월급을 주는 나의 세금이 비록 삼성의 떡값만도 못할지라도….

2007.12.12 10:16 ⓒ 2007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