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카운트 펀치 >
(탁자에 이런저런 영수증을 보며, 계산기를 두드리며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는 영철)
영철: (영수증을 보며)아 이것 정말 요즘 물가 장난 아니네. 몇 년 사이에 이렇게나 올랐어! 뭐야, 라면1개에 850원이나 하는 거야~! (한숨을 쉬며, 가계부 안쪽의 남은 돈을 보며)이 돈으로 이번 달을 어떻게 버티지.. (체념한 듯)에이 모르겠다, 청소나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음악을 고르고 있는 영철)
(음악: 03. 돈 벌어 돈-The Solist)
(영철은 음악을 들으며 고객을 끄덕이며 음악을 듣다가 내레이션을 흉내 낸다.)
영철: (신파 스타일로)여자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엇이냐? 돈입니다! 돈이 최고입니다! (가계부 안쪽의 남은 돈으로 시선을 옮기고 돈을 잡고서는) 돈이 최고입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아~아~아! 빨리 돈 벌고 싶어~라! (계속 신파 스타일로) 모르겠~다! 청소나 하~자! 신나는 음악 주세~요!
(음악: 04. 룩셈브루크 –클라잉넛)
(음악 초반부를 듣더니 가사를 따라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헤딩벵을 하며 룩룩 룩셈브루크, 아아 아르헨티나를 반복적으로 따라 하며 청소를 하고 있는 영철)
(음악이 멈췄지만 생목으로 룩룩 룩셈브루크, 아아 아르헨티나를 따라 하는 영철)
(딩동. 차임벨이 울린다. 그러나, 차임벨을 무시하고 계속 생목으로 룩룩 룩셈브루크, 아아 아르헨티나를 따라 하며 청소하고 있는 영철)
(딩동딩동딩동. 계속 차임벨이 울린다)
영철: (약간 신경질 적으로)누구세요?
퀵서비스 아기씨: 쿽서비스 입니다. 김영철씨 댁이죠?
영철: 네. 잠시만요~
퀵서비스 아가씨: 여기 사인해주세요.
퀵서비스 아가씨: (영철 사인이 끝나자)네.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퇴장하는 퀵서비스 아가씨, 서류봉투를 들고 들어와 소파에 앉은 영철)
영철: 요즘 퀵서비스도 여자가 하네. 되게 젊던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서류봉투를 뜯어보고 있는 영철. 봉투 안의 메모지를 꺼내 읽는다.)
영철: "김영철 씨. 1차 서류전형을 축하합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는 우수한 인력을 선별하고자 매번 새로운 면접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번 면접방식은 저희 인사담당 분이 직접 찾아 뵙고 진행하겠습니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평상시와 같이 해주세요. - 한밸리 대표 최길영"
영철: 이건 정말 색다르잖아. 지난번 호프집 면접과는 비교도 안되네. 아! 이렇게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번에 또 떨어지면 끝장인데......
(영철 청소를 마무리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딩동. 차임벨이 울린다)
영철: 벌써 온 거야! 이런, 어쩌지......
(딩동딩동. 다시 한 번 차임벨이 울린다)
영철: (현관문 쪽으로 달려가며) 잠시만요. 나가요!
(영철 현관문을 연다. 태수 현관문이 열리자 아무 말 없이 힘없이 집안으로 들어와 앉는다)
태수: 나 물 한잔만 줘.
영철: 으응. 그런데, 이 시간에는 웬일이야?
태수: (신경질 적으로)왜? 내가 못 올 때 왔냐?
영철: 그.. 그건 아니지만.. 너 회사는 어떻게 하고?
태수: 말도 마! 일단 물부터 좀 줘~
영철: 으~~응.
(영철 물을 가지고 입장)
태수: (물을 다 마시고 나서) 나는 네가 참 부럽다!
영철: 뭐가?
태수: 우리 김부장 같은 사람 안 봐도 되고, 우리 거래처 이사장 같은 사람 안 보잖아!
영철: 왜? 무슨 일 있었어?
태수: 말 하면 길다. 어째든, 넌 참 좋겠다!
영철: 난 네가 더 부러운데. 오늘 뭐 먹을까, 내일 뭐 먹을까, 뭐 이런 걱정 안 하잖아! 그리고, 100원 깎으려고 시장사람들하고 입씨름도 안 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세탁하고.. 난 맨날 그게 일이다!
태수: 네가 뭘 모르네. 너는 남자들의 로망이야! 로망!
영철: 웃겨!
태수: 나 몇 시 출근해서 몇 시 퇴근하는지 아냐? 알 턱이 없지. 매일 아침8시 나와서 밤 11시에 퇴근이야! 평균 12시간 이상 일해야 먹고 산다고!
영철: 그래도 나는 그게 더 좋아 보이는데..
태수: 웃겨, 정말! 네가 몰라도 한참 모르네. 김부장 어떤지 알아? 그 사람은 완전 무 개념 무상식이야! 보고서 올릴 때마다 그 사람 내용은 안보고 뭐 보는지 아냐? 맨날 오타 찾는 게 일이야~! 맨날 오타검사 한다니깐!
영철: 그.. 래?
태수: 부모님께서도 가계부 매일 검사하고 오타도 보고 그러시냐?
영철: 응. 한 달에 한번 정도. 뭐 검사는 아니고 내가 그냥 설명 드리는 정도지.
태수: 한 달에 한번! 좋겠다. 오타도 보셔?
영철: 아니지. (힘 없는 목소리로)오타가 뭐 중요해?
태수: (큰소리로)중요해! 우리회사뿐 아니라, 내가 만난 동기들이며, 사람들이며, 다 똑같은 얘기 하더라!
영철: 그.. 래?
태수: (단호하기)그래!
(BGM: 05. 비열한 거리OST - 거리의 블루스)
(둘은 말 없이 침묵한다. 태수는 채널을 돌려가며 TV를 보고, 영철은 자리를 옮겨 빨래를 개고 있다.)
(딩동. 차임벨이 울린다.)
영철: 누구세요?
면접관1: 실례합니다. 김영철 씨 댁이죠?
영철: 네.
면접관2: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죠.
영철: 네. 들어오세요.
(면접관 1, 2 집안으로 들어와 앉고, 영철 뒤따라 들어와 앉는다.)
영철: 무슨 일 이시죠?
면접관1: (태수를 보며)손님이 계셨군요. 실례하겠습니다.
(태수 가볍게 인사를 받으며 TV를 끈다)
영철: 어떻게 오셨습니까?
면접관2: 우리가 아까 찾아 간다고 했잖아요. 김영철 씨!
영철: 네?
면접관1: 아 이런! 퀵서비스를 아직 못 받으셨나 보네요?
영철: 아~ 네~에. 죄송합니다. 한밸리에서 오신 분들이군요.
면접관2: 네. 이런 급작스런 방문이 조금 낯설긴 하죠? 하하 저희들도 그렇습니다.
영철: 아니에요!
태수: (면접관을 보며)한밸리요? 신문에서 몇 번 이색면접 특집기사를 보았습니다.
면접관2: 네~에. 하하 워낙에 이색면접으로 유명세를 탄지라......
태수: (뜬금없이)거기서도 오타 보죠?
면접관1: 네~에?
영철: (태수를 보며) 태수야 왜 그래~ 잠깐 방에 들어가 있어.
태수: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영철을 보며)철아! 아마 거기서도 오타 볼 거다. 꼭 물어봐라!
(태수 영철의 방으로 들어간다)
영철: 죄송합니다. 제 친구인데,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면접관2: 아닙니다. 재미있는 친구를 두셨군요!
면접관1: 그럼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면접관1 노트를 꺼내고 있고, 면접관2는 사진기를 꺼내어 인터뷰 준비를 한다.)
영철: (썩소)하하. 정말 잡지 인터뷰처럼 하시네요?
면접관2: 하하. 지난번에는 남장도 했는걸요!
영철: 정말이요?
(BGM: 06. 괴물OST-백주의 대습격)
면접관1: 자 다 준비된 듯 하니 시작하겠습니다. 김영철씨가 잘하는 건 뭐에요?
영철: (딱딱한 군인말투로)네. 저는 5분 안에 아침준비를 끝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동네에서 가장 저렴한 Mart 와 인터넷 쇼핑몰을 찾을 수 있습니다!
면접관1: 하하. (호흡을 가다듬고)갑자기 웃음이 나서..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웬만한 주부보다 뛰어나군요! 그런데, 이번 채용에서 김영철씨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으려나?
영철: (역시 딱딱한 군인말투로)네. 상사 분께서 외근 시 5분 안에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으며, 가장 신속하게 원하시는 정보를 찾아 드리겠습니다.
면접관2: (사진을 찍다가) 하하~ 김영철씨는 개그맨 해야겠는 걸
면접관1: 하하. 조금 부드럽게 얘기해도 괜찮아요. 우리가 취조하는 것도 아니고.
영철: (역시 딱딱한 군인말투로)네.
면접관1: 하하. 그런데 졸업 후 3년 동안 경력사항이 없던데,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았나요?
영철: 네, 그게......
(BGM더욱 커진다)
(면접관1 계속 질문을 하고, 면접관2는 사진을 찍으며 히쭉 거리고 있고, 영철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계속 답변을 못하고 있는 모습들)(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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